모닝글로리·영아트·바른손, 추억의 팬시업체 어디로 갔나

정혜민 기자 2018. 7.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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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문구시장 개방·학생 감소로 문구업계 쇠퇴
바른손, 문구사업 매각..영아트는 주인 2차례 바뀌어
영아트 대표 캐릭터 '키디'가 그려진 스케치북 상품. © News1(출처: 영아트)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모닝글로리, 영아트, 바른손….

1980~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이 시절 학생들과 함께했던 국내 주요 팬시문구업체들을 이제는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 팬시문구업체들 중에서는 1위 업체인 모닝글로리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는 국내 팬시문구업체들이 해외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한국 팬시문구산업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학생수가 줄고 스마트폰 도입 등으로 노트 필기 문화가 사라지면서 국내 팬시문구업계도 위기에 빠지게 됐다.

'팬시문구'라는 용어부터가 이제는 추억의 단어가 됐다. 팬시문구는 문구의 기능에 다양한 디자인을 가미한 아이디어 상품을 뜻한다. 당시에는 청소년 사이에서 선물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디자인문구'라는 용어가 넓은 범위에서 대체하고 있다.

◇바른손, 문구사업 매각 후 영화·게임업체로 탈바꿈

19일 업계에 따르면 문구업계 위축에 앞서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한 곳은 바른손이다. 1985년 바른손팬시로 출발한 바른손은 원래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팬시문구 사업을 운영했으나 지금은 영화와 게임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바른손은 2014년도에 문구사업을 물적분할해 팬시앤아트를 설립한 뒤 같은 해 팬시스토리에 이를 매각했다. 바른손은 2010년 오리온으로부터 국내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롸이온즈를 인수해 외식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당시 바른손 전체 사업에서 외식사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 산업이 쇠퇴하고 베니건스가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2016년 10월 바른손은 패밀리레스토랑 사업을 중단했다.

바른손은 2016년 11월 영화사 폴룩스픽쳐스를 흡수 합병하고 영화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바른손에는 산하에는 영화제작 계열사가 5곳, 게임개발 계열사가 3곳, 홈인테리어 계열사 1곳, 외식 프랜차이즈업 계열사 1곳, 소프트웨어 개발·자문 계열사 1곳 등 11개 계열사가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마더'는 대표적으로 바른손이 제작해 히트한 영화다. 아울러 '내부자들' '밀정' '판도라' 등에도 투자했다. 하지만 2017년4월~2018년 3월 바른손의 연결 영업수익(순매출액)은 약 97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 29억원, 당기순손실 57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업 운영 내용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바른손 관계자는 "문구사업을 정리한 지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 문구사업 정리 배경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식사업도 거의 진행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현행대로 게임과 영화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4년 바른손의 문구사업부(팬시앤아트)를 인수했던 팬시스토리는 상호명을 바른손플러스로 변경했다. 팬시스토리는 바른손의 협력업체로 알려졌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바른손플러스는 지난 4월10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다가 5월11일 회생신청 취하를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14일 취하 허가를 결정했다.

기업의 현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바른손플러스와의 연락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온라인에 등록된 전화번호 모두 '없는 전화번호'이거나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영아트, 두 차례 매각…생활용품·완구 비중 확대

영아트는 2004년 11월 유아용품업체 씨앤드에치(C&H)에 매각된 이후 2013년 4월 문구업체 다다에 다시 매각되는 등 주인이 두 차례 변경됐다. 다다는 기업명을 다다 영아트로 변경하고 문구사업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다다 관계자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영아트를 인수했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이어 "문구사업 침체에 대응해 사업 전체적으로는 생활용품과 완구의 비중을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영아트의 문구 유통채널은 재래채널(문방구)에 한정돼 있었다"면서 "영아트의 유통채널을 마트와 다이소와 같은 균일가 생활용품점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1990~2000년대 모닝글로리의 대표 캐릭터였던 블루베어 캐릭터 상품 이미지. © News1(출처: 모닝글로리)

◇모닝글로리, 부도 있었지만…사업다각화·해외진출 등 회복 노력 이 중에서는 업계 1위 업체인 모닝글로리만 사업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 하지만 모닝글로리라고 해서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닝글로리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났다. 1996년 문구 시장을 해외에 개방해 문구류 수입이 크게 늘었던 것도 사업을 어렵게 한 요인이었다.

모닝글로리는 1998년 7월 화의에 들어갔고 2003년 기업구조조정회사 KDB론스타에서 100억원의 투자를 받아 화의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 모닝글로리의 실적은 점차 나아졌다. 지난 2016년 7월~2017년 6월 기준 매출 529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의 부재가 모닝글로리의 실적 개선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모닝글로리는 문구사업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양말과 우산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스포츠용품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고 축구공 등 스포츠용품을 유통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화장품 ODM·OEM 업체 코스맥스와 협력해 화장품을 출시했다. 사업 다각화 노력에 힘입어 현재 모닝글로리 전체 매출에서 생활용품 비중은 15%를 웃돌고 있다.

문구사업에서는 자체 제작 캐릭터 '뭉스'와 '봉주르 비숑' 등을 활용하는 캐릭터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모닝글로리 관계자는 "문구류를 수입 금지했던 시기까지가 국내 문구시장의 전성기였던 것 같다"며 "사실 해외 사업도 1990년대 말이 더 활발했고 지금은 해외 사업이 회복하는 중인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폰 때문에 다이어리나 편지지 등 여러 품목이 사라지고 있다"며 "품목이 하나둘 없어지는 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니까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기존에 취급하지 않던 아이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건식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팬시문구업은 1주일 단위로 디자인을 계속 바꿔줘야 하는 등 생각보다 디자인 개발에 드는 비용이 많아 어려움이 큰 업종"이라면서 "지금 팬시업계는 없어진 업체도 많고 많이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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